'2007/11'에 해당되는 글 10건
김현진의 글이 오늘따라 마음에 꽂힌다.
"제 가족, 제 집단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부끄러운 아버지와 그것을 얼른 받아 삼키는 뻔뻔한 자식이 이루는 부정한 톱니바퀴를 돌아가게 하는 근본에는 바로 나처럼 아비 덕 못 본 자식의 부러운 눈빛, 행여나 나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진다면 눈감아줄 준비가 언제라도 된 그 눈빛 역시 일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혁이란, 진보란, 좋은 날이란 이토록 호락호락한 마음가짐으로는 결코 올 리 없는 것인데도."
문정우 편집국장의 글에서는 슬픔이..
" 올해 이른바 '인서울'의 주요대학이 내년도 모델로 제시한 모의 논,구술 고사를 보면 이것은 답이 없는 논술이 아니라 분명한 답을 요구하는 본고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리 논술이니, 과학 논술이니, 통합 논술이니 하는 괴상망측한 용어가 동원된다. 학교 공부만 해선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들이어서 학교에서 교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하태훈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까? 얼마나 황당한 사회인지를?
"변호사법 등에서 말하는 변호사란 사건을 위임받아 그 법률 사무를 처리하는 자다. 김 변호사는 삼성으로부터 사건을 수임받은 것이 아니라 그 회사에 고용된 자다. 그리고 그가 폭로한 사실은 회사를 변호하면서 직무상 얻게 된 회사의 비밀이 아니다. 그가 고백한 것처럼 자신과 회사가 함께 저지른 범죄 사실이다....변협의 징계 운운은 상식 밖이다."
거기다 최장집 교수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정말 가관이다.
"집권 엘리트-경제 관료-삼성그룹 간의 결합이 만들어지면서 개혁적 정책의 공간이 크게 축소되었다. 결국 스타일은 정서적 급진주의라고 부를 수 있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보수적 경제 정책의 기묘한 결합에 불과하다"
시사인에만 몰두한 시간 두 시간 반.
무거워지는 마음이 기묘하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로 꽉찬 세상에서 '임금님은 벌거숭이다!'를 외치는 바보같은 이들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면서도, 그저 아무 행동 안하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시사잡지를 읽고 있는 멍충이인 나를 어루만져 주는 신통한 역할까지 하니 말이다. 김현진의 글처럼 개혁이란, 진보란, 좋은 날이란 이렇듯 호락호락한 마음으로는 결코 올리 없는데...그런데.....
마지막 루시드폴에 대한 짧은 기사를 실으며..이 무거우면서도 후련한 마음을 마감할까한다.
"그는 올해 초, 이 앨범의 레코딩 세션을 하며 연주자들에게 여러 번 반복하게 하지 않았다. 두 세 번 연주하고 느낌이 오면 다소 모자라도 그대로 갔다. 노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도한 연습으로 순수함이 사라지기 전의 느낌을 담아냈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그래서 더 매력적인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조윤석의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내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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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국경의 밤으로 돌아왔다.
속삭이는 듯하지만 그래서 더욱 친근한,
작지만 그 무엇보다 울림이 큰,
조용하지만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작년 콘서트 때,
기타 하나 뽐나게 부여쥐고, 움직임이 크지 않은 모양과
가끔씩 던지는 재치있는 유머와
피아노악보를 비추는 작은 조명만 나의 미간을 아주 잠깐 흔들리게 할 정도로 어두운 주변과
기타줄의 튕김.
그리고 속삭이는 목소리.
그리고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들.
그렇게 였던 것 같다.
작년의 말미를 장식했던 아름다운 추억으로 루시드폴과 함께였다는 것이 나의 서른살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다.
지금, 11개월 전쯤 들었던 두 곡과 함께, 완성된 하나의 음반으로 나에게 던져진다.
자그마한 속삭임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인다.
-
lifeisart 2007/12/09 16:40
1. 사람이었네.
어느 문닫은 상점 길게 늘어진 카페트
갑자기 내게 말을 거네
난 중동의 소녀
방안에 갇힌 14살 하루 1달러를 버는
난 푸른 빛 커피
향을 자세히 맡으니 익숙한 땀 흙의 냄새
난 아프리카의 신
열매의 주인 땅의 주인
문득 어제 산 외투 내 가슴팍에 기대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네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사람이었네..사람이었네..
2. 마음은 노을이 되어.
여느 때처럼 춥던 오후
전화기 너머 들리던 서울의 밤
내가 보고싶다는 친구들
너무 고마워
올해 달력 위 붉은 글씨
추석이 와도 약해지지 않으려 해
나는 좀 더 강해지고 싶어
지금보다 더
또 4년이 지나면
더 풍성한 마음으로
그땐, 오곡백과보다 더 많은 친구들
같이 노래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쌓인
그리움 모두 녹여 노래에 실으면
나의사랑스런 친구들
모시에 쪽빛이 스미듯이
내게 스며들겠지
냉각된 가을
혼자남은 타향의
읊조리는 겨울 노래
마음은 노을이 되어
나는 어느 곳에 있어도
고향을 물들이겠지
3. 무지개
너무나 이상한 일이지
나에게 사랑은 무지개같아
비가 온 후 아무리 찾아보려 하여도
보이지 않는 꿈같은, 꿈같은 얼굴
오늘, 혼자서 울고 있다
떡하니 걸린 무지개
바라봤네, 이렇게 새색시처럼 수줍게
웃고있는 무지개
참 이상한거야, 이 공간에서
오색, 찬란히 비추니
마음을 돌려 바라보니
무지개가 보이더군. 그래,
사랑, 복잡한 꿈이지만
이상한 희망이지만
따라가리.
멀리 그대 두 발 디딘 곳
그대 떠나가기 전에
4. 국경의 밤
너의 어깨에 나의 손을 올리니
쑥스럽게도 시간은 마냥 뒤로 흘러가
시간없는 곳에서 정지한 널 붙잡고
큰 소리내지 않으며 얘기하고 있구나
우린 키가 크지도 않은
수줍고 예민하기까지한 작고 여린 몸집에
지기 싫어하던 아이들
너를 떠나기전에, 고향 떠나기 전에
독서실 문틈 사이로 밀어넣은 네 결심
바라보는 것만큼 어쩔 수 없던 우리
다같이 무기력했던 우리 고 3의 바다
함꼐 좋아했던 사람
너는 말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숨기다 겨우
한참을 같이 고민하던 그 밤
앞으로 돌진하는 내 현실
전투하듯 우리 사는 동안에도
조금도 바꾸지 못한 네 얼굴
의젓하게 멀리 나를 보러 온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 그대여
나보다는 더 여유있게 산다며
언제나 나를 앞질러 술값을 내곤 하던
너의 뒷모습, 숨길 순 없었겠지
모든 걸 다 버리듯이 나를 찾아왔을 땐
몇년만인지 둘이서
함께 도로를 달리던 밤, 별처럼 반짝인
고단한 네 외로움, 네 사랑들
앞으로 돌진하는 내 현실
전투하듯 우리 사는 동안에도
조금도 바꾸지못한 네 얼굴
의젓하게 멀리 나를 보러온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
소년인 내 친구
소년인 내 친구, 청년이 된
내겐 소년인 내 친구, 그대여
5. 가을 인사
겹겹이 짙은 외투를 두른 사람들
가지런히 서성이는 거리
바람이 데려다 준 어느 위로
사랑한다고 내게 말하네
걱정말라고 인사를 하네
혼자서 외롭지 않냐고
촘촘히 떨어지네
익숙하게 마주치는 안부
한결로 누워 눈주름 가득한 얼굴
앞들, 내게 말을 걸 때
나는 보네, 우리 할머니
낙엽이 되어, 꽃잎이 되어
이렇게 추운 날
남해 갯바람 되어
옷자락에서 나를 부르네
나는 보네, 우리 어머니
햇살이 되어, 등대가 되어
어느 누구도 떼어놓지 못하는 그 사람
내가 살아가는 힘
6. 노래할게
오늘 참 오랜만에
나는 이렇게 너를 보네
자, 준비가 됐으니
'나 먼저 갈게.'
내 등을 두드리며
담배 한 대 물고
'석아.'
한 번 끌어 안고
높낮이 없는 소리
저기서 와서 나를 깨우네
너 떠난 새벽소리
너 아닌 새
새 아닌 너
듬직한 산처럼 넓은 네 등
못난 친구들
너는 이제 내 목으로 노래하네
어제는 태양이 너무 싫어
걸어잠근 창 사이로 들리는 소리
나, 잘 왔다고
염려하지 말라고
울고 있는 우릴
달래는 네 사투리
또 찾아와 들리겠지
17년 전처럼
1년 전처럼
노래할게
계속 노래할게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다시는 난 바다를
노래하지 않으려 해
다시는 고향 바다를
노래하지 않으려 해
7. 빛
온 세상이
칠흙같이 어두운 오늘 밤에
소리죽여 흐느끼는 그대
나는 듣고 있어
멀어지는 당신 모습
까만 점이 될 때까지
눈물없이 견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써 새벽일까
닭이 우는 소리
하늘은 금새 빛을 찾아
어김없이 다가오는 아침
마지막 하늘의 빛
찰나의 시간
멈춰버린 시계의 추
봄빛, 살갑게 내려쬐던
단오의 햇살
백일 동안, 다시 백일 동안
나를 싣고 가는 배야
잊지말라는 그대 소리 아직 들려
무심한 물빛따라
8. 날개
날개.
내 손끝에 닿지 않는 곳
작은 날개가 생겼네
시간,
모질게도 단련시키던.
우리, 날개가 되었네.
어둠.
외로움은 불빛이 되어
이젠 두렵지 않다고
나를 다독이네
어루만지네
나의 날개가 되었네
하지만 언젠가
솟구치듯 날아올라
노래는 낮은 곳으로
낮게 더 낮게
나즈막히 노래부르니
나의 날개가 되었네
날개.
내 손끝에 닿지 않는 곳
작은 날개가 생겼네
시간,
모질게도 단련시키던.
우리, 날개가 되었네.
날개.
내 손끝에 닿지 않는 곳
작은 날개가 생겼네
시간,
모질게도 단련시키던.
우리, 날게가 되었네.
날개.
날개.
날개.
날개.
9.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보아도
흐려진 눈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어느샌가 아물어버린
고백에 덧난 그 겨울의 추억
아, 힘겹게 살아난 기억
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에
창 닫아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는 그대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10. kid
해어진 남방에 그을리지 않고도
건강한 얼굴, 붉은 입술 가진 아이야
가진 이들에겐 조화로운 세상
우뚝서거라, 안아주거라
너의 품으로
걱정마, 넌 우리보다 더 따뜻하단다
자랑스런 네 검은 피부 가리지마라
어리석은 이들의 눈빛 피하지마라
너는 똑똑하다
너는 건강하다
너는 아름답다
대한민국보다
지지 않는 네 엄마의 땅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온기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먹보다 위대한 이름
차별보다 거대한 이름
가르쳐 주어라
깨우쳐 주어라
11. 라오스에서 온 편지
오늘, 점심시간 지나
항상 텅빈 채있던 편지함을 여니
깔깔대는 편지 한장
따가운 햇살에 그을린 글씨들
'나는 슬프지 않나요
나는 여기서 이렇게 편지를 보내요
나를 둘러싼 사람들
금새 친구가 되어 외롭지 않나요'.
기대하지도 못한 온기에
취한지 벌써 몇 일
처음엔 쑥스러워 말도 못했던
서투른 인사도
이제 모두 다 알아들어
두 팔을 열어주네
이렇게 눈물나게 맑은 눈빛은
나를 고백하게 하네
사실, 나도 친구가 되고 싶었어.
여전히 조금 낯설지만
요란스런 한밤의 불빛은 없지만
어디에서나 보이는
크고 소담스런 사람들, 사람들
기대하지도 못한 온기에
취한지 벌써 몇 일
처음엔 쑥스러워 말도 못했던
서투른 인사도
이제 모두 다 알아들어
두 팔을 열어주네
이렇게 눈물나게 맑은 눈빛은
나를 고백하게 하네
사실, 나도 친구가 되고 싶었어.
12. 당신 얼굴, 당신 얼굴
지나가는 당신 얼굴
당신 얼굴, 당신 얼굴
아무리 빈 공간에 눈을 둬도
어김없이 웃고 있는 당신
이제 그만 잊혀질 때도 됐지만
당신 얼굴, 당신 얼굴
나를 깎아만든 조각일까
나를 태워만든 불꽃일까
눈이 되지 못한 비처럼
서럽게 흐르던 눈물, 눈물같은 세상
내겐 하나뿐인 그대처럼
싸늘하기만한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연말.
이승열 콘서트와 함께 보낼 요량이다.
아름다운 기타선율.
작년 연말엔 같은 기타를 들고 있던 전혀 다른 느낌의 루시드폴과의 단꿈에 젖었었는데...
또다시 기대를 한아름 안고,
이승열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저 내 귀에 편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그렇게 편안할 수 없다.
바쁜 요즘,
마치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 같은 정신없음 속에
한 켠의 여유를 찾아 하이애나가 되는 모습은, 나 스스로를 자꾸 바쁨과 여유,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바쁘면 바쁠수록 여유로움을 더 추구하는 이 묘한 관계는 나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나를 규정하는 모양새인 듯 하다.
오늘은 이승열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까????
스카우트라는 영화를 얼마 전에 봤다.
한 영화평(아래)에서 감독이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 생각난다.
광주사태가 있던 해가 XX고 3학년이었을 때라는 선동열의 글을 보고 이야기를 구성해 나갔다고...
이 영화의 주제는 선동렬이 아니다.
광주사태.
그 시절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피해의식과 동시에 가지게 되는 가해의식..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가해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숙명이 부쩍이나 영화의 소재로 그려질 만큼, 우리에게 아직도 광주사태는 현재진행형인가부다.
나처럼 갓난쟁이로 그 시대에 함께 숨쉬면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구차한 변명이 되어 면죄부를 받은 듯 의기양양하면서도 어색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암튼.
이 영화는 호창(임창정)이 야구부원으로 있던 대학시절,
대학의 사주를 받은 운동부의 일원으로 아무 생각없이 곤봉으로 침묵시위하는 학생들을 구타하는, 결코 기억하기 싫은 기억의 편린을 불현듯 끌어올린다.
세영(엄지원)이 호창에게 헤어지자고 일방통보한 이유가 함께 좋아했던 이소룡의 죽음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았었지만...호창은 우연히 떠올린, "밀치고 싶은 소원이 진정 건망증이 되어버린 진실"을 알게된 이후부터 달라진다.
비광을 절절히 외치는 세영의 남친(박철민)을 통해 처음부터 비광자리는 호창이 될 수 없음을 복선으로 제시하며 이 영화는 멋진 사랑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보다 더 멋진 호창의 깨달음으로 해피앤딩을 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하지만은 않은 영화.
때론 웃고, 때론 울며, 때론 벅찬 감동이 밀려오는 영화.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무르익은 박철민의 귀여운 연기에 난 울다가 웃고 말았다....ㅋㅋ
.................
시사인에서의 영화비평을 함께 싣는다.^^
| 선동렬이 웃기고 광주가 울린다 | ||||||||
| 스카우트 감독: 김현석 주연: 임창정·엄지원·박철민 | ||||||||
| ||||||||
‘괴물 투수 선동렬을 잡기 위해 광주로 내려간 대학 야구부 스카우터의 9박10일!.’ 이 영화의 한 줄 요약을 볼라치면 ‘한국판 <제리 맥과이어>’라는 홍보 문구를 덜컥 믿고 싶어진다. 하지만 막상 영화는 선동렬을 미치도록 잡고 싶은 스카우터의 눈물겨운 구애 작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나아간다. 설악산 데려간다고 말해놓고 지리산에 끌고 올라가는 격이다. 그런데 이 ‘삐끼’ 전략이 밉지 않다. 오히려 고마워 죽겠다. 막상 지리산에 올라보니 설악산 부럽지 않게 기막힌 절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1980년 광주에 큰 비극이 일어났을 때 난 광주일고 3학년이었다.’ 8년 전, 평소 야구팬을 자처하던 김현석 감독이 선동렬 감독의 자전 에세이를 읽다가 이 한 문장에 그대로 꽂혔다. 1980년, 광주, 선동렬. 단순히 ‘사실’의 조합에 지나지 않지만 잘만 하면 잊혀진 ‘진실’까지 슬쩍 건드릴 수도 있겠구나, 어렴풋이 ‘필’이 왔던 모양이다. 얼른 시나리오 초고를 썼고 먼 길 돌아 이제야 영화로 완성했다. <박하사탕>에서 군홧발에 짓밟힌 박하사탕으로 광주 피해자 정서를 대변한 이창동 감독은 <밀양> 역시 ‘1980년 광주’의 은유라고 말한 적이 있다. 피해자가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해자가 용서받을 수 있냐는, 나름으로 선명한 질문을 교도소 면회 장면으로 표현했다. 아무런 상관없어 보이는 <구타유발자들>조차 실은 ‘1980년 광주’의 은유였노라, 원신연 감독의 뒤늦은 고백도 있는 걸 보면 한국 현대사에 난 가장 큰 생채기를 어떻게든 영화에 담아내고 싶은 감독들의 욕망이야 차라리 보편적이라 할 만하다. 한국 영화 중 가장 장하고 기특한 ‘광주 영화’ <스카우트>는 그 보편적 욕망을 가장 보편적 장르로, 그 묵직한 부채 의식을 가장 경쾌한 호흡으로 떨쳐낸 영화다. 주인공 호창(임창정)의 줄무늬 유니폼이 슬쩍 공수부대의 개구리 군복을 연상시킨다. 호창은 까맣게 잊어버린 과거의 잘못이 세영(엄지원)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로 남는 연애담이 ‘1980년 광주’를 기억하는 후세의 엇갈린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호창의 참회를 부디 ‘1980년 광주’의 가해자들도 본받기를, 은근히 바라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 관객이 눈치채도 그만, 몰라도 그만, 광주 영화입네, 괜히 폼 잡지 않으면서 선동렬로 웃기고 1980년 광주로 울리는 양수겸장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멋지게 달려간다. 그것이 괴물 투수의 강속구보다 더 받아치기 힘든 소재를 툭, 힘 빼고 결대로 밀어 쳐 담장 뒤로 넘겨버린 이 영화의 무시 못할 괴력이다. <스카우트>는 근래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찡하고 짠한 멜로 영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본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장하고 기특한 광주 영화이기도 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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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이 없다.
아이들의 좋지 않은 성적을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조합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다.
4년제보단, 특성화된 전문대를 가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혹시나 좋은 기회들을 놓치면 어쪄나?
수시는 23일을 기점으로 마감일을 향해가고 있고,
녀석들의 의기소침해진 어깨는,
"제가 언제는 잘한 적 있나요?"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성적 채점 안해봐서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이런 이야기들과 함께 더욱 낮게 쳐진다.
아이들에 대한 생각과 함께,
나 또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 라는 자성과 함께,
나 스스로에 대한 사랑은 과연 있는가?라는 되뇌임과 함께,
내 어깨마저....^^
요즘 세상은 온통 BBK.
오늘 시사인에서 알게 되었다.
갱준이 친구 Bob과 갱준이 부인 보라, 그리고 갱준이.
이들의 이니셜을 모아 만들어진 회사라구..
갱준이 가족들이 총출동하여 "맹박이 게 섰거라!!"를 외치며 제자리 뛰기를 하는 모습이...
한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하여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오늘.
강원대 면접시험을 보러 가는 녀석의 면접관 역할을 해주면서,
옆의 동료가 "도덕성은 부족하나 경제발전 능력을 지닌 대통령과 그 반대의 대통령 중 어떤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고,
녀석은
"도덕성, 사생활의 문제 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점이 있다고 할지라도 경제부흥 능력이 뛰어난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대충 뭐..)
대답하더라......
여러번 면접관 역할을 해봤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은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대답을 했다.
어떤 녀석은 성균관대를 지원하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하더라.
"성대는 삼성꺼니깐, 신자유주의적인 입장에서 대답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이 녀석 성대 합격했다.
도대체...
오늘날의 십대는 생각도 없고, 철학도 없으며, 쪽팔림도 없나부다.
이렇게 허물어져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바른 생각으로 젊은 시절을 시작해야 하는 녀석들에게 당부한다.
88만원 세대를 스스로 자처하지 말라고,
또 떠오르는 일화.
예전에 한 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나,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책 좀 읽지 말아라. 능력없으면 도태되는게 당연한 거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단다."
녀석들 왈,
"능력없으면 도태되야 되는거 아닌가요? 어쩔 수 없잖아요."
어떤 말을 더 이어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고민고민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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