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나홍진이라는 신인감독이 만든 이 영화가 백만관객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접하며 보게 된 영화.
보는 내내 꽉 막힌 마음이 한참이 지나서야 먹먹해지며 풀어졌다. 그저 숨막히는 범인과 추격자와의 대결구도 때문이거나 화면의 화려함, 혹은 배우의 실제같은 명연기 때문이라면 쉽게 버려질 마음이었다.
감독은 뼈속깊은 사회구조를 건드려 버렸다. 용의자를 잡은 것은 우연이었으며, 용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는 이권이 개입되어 있었고, 용의자를 풀어준 것도 뒤탈을 염려해서 였다. 치밀하지 않은 범죄행각은 초등학생도 발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었음에도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속절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수사의 초점은 권력의 치부를 가리거나 조직내에서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맞춰져 있었기에 말이다.
답답함이 극에 달하는 순간, 용의자는 유유희 걸어나와 추가범행을 거리낌없이 자행한다. 국가가 방조한, 비합리적 사회가 방조한,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한 전 국민을 미필적 고의자로 만들어 버린 연쇄살인사건이라고 말한들, 이를 부인하는 이가 있을까?
아침에 있었던 이명박당선자의 특별검사 결과를 멍한 표정으로 지켜본 나를,
곧 있을 삼성특검의 이미 짜여진 수사결과를 속절없이 지켜보게 될 나를,
숭례문이 시민에게 개방될 때부터 소실되어 없어진 순간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한 나를,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불합리한 인사결정과정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인 나를,
미래의 88만원세대들에게 좋은 대학 나오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속삭인 나를,
미필적 고의범으로 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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